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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년만에 떠나온 해외여행의 마지막날 아침 세부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는데 급 한국가기 싫다 일단 리조트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는데 나 이거 니네 주려고 일부러 편의점 가서 사온거야 우리 애기들 한국에 있었으면 맛있는거 더 줬을텐데 캣푸드 파우치를 처음 먹어보는건지 흠냐흠냐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이럴거면 몇개 더 사올 걸 흰 애기는 임신해서 더 잘 먹어야 하는데 3일 내내 날씨가 좋더니 오늘 하루 비가 오는데 아침나절 잠깐 내린 비로 세상에 이미 리조트 앞 길이 이만큼 잡혀버림 저기 수채구멍 저거 도대체 왜 있는거야 오늘은 다이빙 훈련은 끝났고 비행기 시간은 밤이므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세부 도심으로 나가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아얄라몰 구경을 하기로 합니다 선물을 사야 하니 쇼핑몰 지하에 있는 마트로 입장 탄두아이 종류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필리핀의 전통 럼주인 탄두아이 근데 난 트렁크를 보내지 않고 기내에 들고 탈 거라 100미리가 넘는 이만한 술은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오면 누구나 무조건 사야한다는 건망고 이제는 건망고가 우후죽순 발전하여 초콜렛 씌운 건망고 캬라멜 바른 건망고 한번 더 말린 건망고 기타 등등 다양한 건망고 이거 회사 사람들 주려고 저도 몇 개 샀습니다 반응 제일 좋았어요 꼭 사세요 맛있어요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역시 현지인 추천을 받아서 아얄라몰의 가장 대표적 맛집이라는 4층에 위치한 Casa Verda로 갑니다 스테이크랑 바베큐립 맛집이래요 가격이야 필리핀 물가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이랑 비교하면야 많이 싼 가격 근데 여기 바베큐립 맛집이라더니 왜 메뉴에 바베큐립이 없지? 설마 그 사이에 메뉴가 바뀐건가?? 물론 내가 후기에서 본 메뉴판이랑은 좀 다르긴 한데 어찌됐든 스테이크 시켜서 칼질 이런데 왔으면 고기 먹어야지 망고셰이크까지 시켜서 알차게 먹긴 했는데 아 뭔가 양이 부족해서 멍때리고 있다가 옆 사람은 립 잘 시키는데 뭔가 이상해서 메뉴 다시 달라고 함 …..메뉴판이 두개였어요….. 립이랑 치킨윙 있는 메뉴판은 다른 거라서 내가 못 본듯 이래서 성질 급하면 지갑이 고생합니다. 잠시 어떡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솔로 립을 하나 더 시켜버림 솔로가 이정도 양이고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어째 식당 직원들이 여자 혼자 와서 저렇게 많이 먹는다고 수근대는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겠지만 뭐 어때요 나 이분들 다시 볼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한데 그리고 4층 발코니로 나가서 본 아얄라몰 내가 다이빙 배우던 막탄 섬이랑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고 10년 쯤 전에 가족들이랑 왔던 그 세부랑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네요 그땐 이런 고층건물은 마닐라에나 가야 있었거든요 식사 후 택시를 잡는데 이제 멘붕이 옴 난 따갈로그도 못하고 여기 지방언어는 더더욱 못하고 필리핀 택시들은 네비게이션이 없고 여기서 막탄 섬까지는 한시간 거리 택시비는 문제가 아니지만 정말 단 1초도 신경 풀지 않고 바싹 날을 세운채로 호텔로 돌아옴 아 호텔 택시 기다리라고 할걸 ㅠㅠ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이제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이렇게 호텔 앞마당을 거대한 호수로 바꿔 놓았습니다 여기 발 담그면 피부병이 걸릴까요 안 걸릴까요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 다행히 오빠네 커플이 데리러 온다 함 그리고 퐈이날리 공항에서 받은 내 SSI 다이빙 라이센스 나 진짜 이거 받으려고 세부까지 온거야 이렇게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었습니다. 내 마흔 살 되기 전 버킷리스트 성공 작정하고 따면 이렇게 금방 따는걸 뭐가 그리 바쁘고 멀다고 여태까지 미루고 미뤘는지 오빠랑 언니랑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한 장 나 가방에 자리 없는데 저 에코백에 저렇게 한 가득 이것저것 선물을 사줬다ㅠㅠ 트리스탄이 쫓아온다고 칭얼대다가 비도 오고 너무 늦어서 못 왔다고 12년만에 만난건데 우리 언제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ㅠㅠㅠㅠ 이별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음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세부를 2시에 출발해서 공항에 아침 7시에 도착했고 다행히 비행가 옆 좌석에 사람이 없어서 손잡이를 모두 올리고 좌석 3개를 가로로 붙여서 누워서 자면서 왔으나 이제는 그런 자세도 허리아픈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저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